불행은 항상 옆에 있다
인생사 운칠기삼이라고 하지만 살다 보면 주변엔 유독 잘 풀리는 사람이 한둘 있다. 내심 배가 아프기도 저 사람도 언젠가 저 운이 다할 것이라 저주 아닌 저주를 할 때도 있지만 나는 최소한 나에게 그러한 행운은 절대 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산다.
뭐 그리 대단한 능력이라고 확신까지 하냐만, 사실 나는 살면서 제대로 된 성공이라곤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운 좋게 시 전체 1등으로 들어간 것 단 한 개였다. 물론 그것도 시험을 잘 볼 자신이 없어 명문 고등학교에 (시험결과에 따른 조건부)장학생 자리를 포기하고 한….참 떨어지는 학교에 조건 없이 장학금, 급식비 지원 조건으로 간 것이기 때문에 별 유익은 없었지만.
나의 불행했던 사건을 가만 나열해 보자면
1) 수능 당일에 가장 친하면서 미워했던 애증관계의 친구 집에 불이 난 사실을 1교시 끝나고 알게됨. 이후 2교시 수학이었는데 평소 가장 잘했던 수학과목에서 80점 만점에 40점대를 받음(모의고사 70점 이하 경험이 거의 한번도 없었음, 주관식 다 틀림)
2) 농어촌 특별전형을 위해 시골 후진 학교에 갔는데 수능 직전 부모님이 자기 사업 이유로 주소지 서울로 옮겨서 대상이 아님을 알게됨
3) 의경 지원해 입대. 자대배치 시험에서 충청도 4등인가 5등을 했는데 평소 10명 경찰서로 간다고 치면 지원시점에 자리가 딱 내 앞순서 까지만 나서 기동대로 차출. (거기서 온갖 갈굼에 내 인성도 흑화 됨)
4) 취업시즌, 가장 가고 싶었던 곳에서 무려 7차까지 과정이 있어(1인 채용) 다른 대기업 시험 제대로 못 감. 5차쯤인가 그룹 전체 부회장님이 나를 마음에 든다고 다른 곳 가지 말고 끝까지 시험보라고 함. 7차에서 3인까지 올랐는데 결국 떨어졌음. 박현주 회장 장학생이라 어쩔 수 없다고 부회장님이 밥사줌…
5) 결혼하기로 기존 회사 퇴직 결정 회사 다니며 1년간 수험준비 했고 마지막 필기 전념 위해+당연히 합격할 자신이 있어서 퇴사. 가고 싶었던 곳 최종 불합격.
6) 여기에 다 못하는 가정의 슬픈 일들 까지
이쯤이면 인생이 참 그렇다. 이러한 불행을 위해 배운 것은 2가지인데
- 인생이 원래 뭐 같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 자책하지 말자. 그리고 애초에 노력하면 될 것이란 기대도 하지 말자는 태도
- 결과적으로 노력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길이 열린다는 희망.
인생이 참 모르는 게 앞서 언급한 불행한 일들의 최종 결론은 이렇게 된다.
1), 2) 합격해도 시험 잘 보면 면접 안가도 되니까 가고 싶은 대학의 갈 생각 없었던 낮은 학과에 지원하라는 단임 덕에 수시 서류 합격. 수능 못 봤으니 당연히 면접에 갔고 면접에선 제일 싫어하던 영어 선생님이 강제로 가르쳤던 성문종합영어 지문이 나옴. 영어는 가장 약한 부분이어서 자신 없는데 지문 해석 못해도 내용을 다 외우고 있던 터라 교수님들이 지문 이해하는 것 보고 영어 참 잘한다고 칭찬
3) 행운으로 연결된 것 전혀 없음
4)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첫 회사에서 아내 만나 결혼 (매우 행복)
5)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두번째 회사에서 높은 급여 받고, 집도사고, 해외에 나와 자식 국제학교도 보냄
돌아보면 기억이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나의 불행한 사건들은 결국에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
다만 최초에 기대한 혹은 노력에 비한 대단한 성공이 아닌 것 역시 사실이다. 또한 다 설명 못한 불행하고 슬픈 사건들도 모두가 이처럼 행복하게 전환된 것은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이 내 옆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아래와 같다
- 결정할 때 최악을 가정한다. 정도에 어긋나거나 문제될 일을 하지 않는다.
- 100을 노력하면 80은 받는다. 100을 받고 싶으면 150의 노력을 투입하려 한다.
- 세상의 공짜는 있다. 하지만 내 것은 아니다
- 불행은 내 옆에 있다. 불행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 운으로 잘 된 사람에 부러워 않는다. 어차피 내 자리가 아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성공하는 삶이 아닌 실패하지 않는 삶을 추구해 대단한 사회적 성공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적어도 자녀들에게 내가 살아온 방식을 답습하게 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온 불행이 싫지만은 않다.
얼마나 더 큰 성공을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내 옆의 불행과 잘 동행하며 또 이겨내며 살기로 했다.